나이가 들면 이런 생각이 들지요. 지금 모발이 풍성해도, 내가 과연 언제까지 이런 모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부모님 머리카락 생각도 나고, 볼 때마다 걱정도 되고요. 평소 생각하지도 않던 조부모님은 탈모가 오셨던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20년, 30년 뒤 내 머리는 무사할까 생각하다 보면, 안 되겠다 유전자검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뱅크샐러드’라는 업체는 사람들의 이런 밑바닥 걱정을 포착해 회원가입과 앱 다운로드, 그리고 앱 접속 횟수까지 대폭 늘리는데 성공한 금융업체입니다. 처음에 저는 무슨 헬스케어나 다른 건강 관련 업체인 줄 알았는데 금융업체더라고요. 뱅크샐러드는 유전자검사를 무료로 해준다는 이벤트를 출시하고, 그걸 앱에다가 메뉴까지 설치해 날마다 접속자를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성공한 이벤트라고 봅니다.
날마다 선착순 마감, 혹시 허위 이벤트 아닐까?
금융기관이 웬 유전자검사 이벤트를 하지? 생각하기도 전에 일단 눌러봅니다. 매일 오전 10시에 빛의 속도로 스마트폰을 클릭해 선착순으로 당첨된 사람들에게 유전자검사를 무료로 해준다는 이벤트인데요. 이걸 매일 오전 10시에 클릭한지 벌써 다섯 달이 넘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 몇 번 안 될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거의 1달 이상 매번 실패하다 보니, 아 이거 혹시 허위 이벤트는 아닐까 의심이 들더군요.
사람들의 탈모 걱정, 건강 걱정을 미끼로 앱 다운로드와 회원가입을 유도한 것은 아닐까? 저 혼자 뇌피셜을 돌리다가 급기야 온라인에 이거 성공했다고 후기 글 올리는 분들도 사실은 이벤트 당첨이 아니라, 업체에서 개인적으로 전달 받은 유전자검사 키트로 검사 받은 건 아닐까? 그러고 이벤트 당첨이라고 업체를 홍보해주는 것은 아닐까 상상합니다.
하지만 이벤트가 사실인지, 고객 유인을 위한 허위인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요. 하지만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뱅크샐러드는 금융업체이므로 일단 금융감독원의 힘을 빌려 민원을 넣어봅니다. 공익신고라고는 하지만 근거 자료는 없는, ‘확인 좀 해주세요’ 읍소한 것이지요. 뱅크샐러드 업체에는 일말의 악감정도 없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업체에 전화해 허위 아니냐, 자료 있느냐, 따져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미안합니다, 뱅크샐러드.
지난 5월 초 민원을 넣었는데 며칠 뒤 금융감독원 직원으로부터 콜백이 옵니다. 보이스피싱 번호인 줄 알고 한참을 안 받았습니다. 바쁘신 금감원 분께도 죄송합니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처리 결과
- 금융감독원의 피드백
☎ 네 안녕하세요. 금융감독원에서 전화 드리는데요. 공익신고 해 주셨던데. 이거 저희가 자세히 살펴봤는데, 좀 안내해 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이게 지금 허위 이벤트를 하는 것 같다. 그거에 대한 이제 사실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 이제 아마도 뱅크샐러드가 이제 전자금융업자다 보니까, 금융감독원으로 이제 제보를 해 주신 것 같고, 근데 다만 이거 이 행위 자체는 지금 공정거래법상 ‘부당 고객 유인 행위’에 더 맞는 형태거든요.
☎ 그래서 이게 사실 저희 소관이 아니어서, 이게 만약에 부당 고객 유인 행위로 된다면, 이제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대상이 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여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네네) 네 그래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공정위로 이첩을 하고자 하는데 괜찮을까요. 일단 저희가 안내를 해드리고 진행하는 거예요.
☎ 이게 저희가 모든 금융 관련 회사라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제 소관 법률에 따라서 위법한 행위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자료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이게 저희 소관이라고 하면 전자금융거래법일 텐데 전자금융거래법상 이제 위반되는 사항은 없고, 오히려 공정 독점 규제에 관한 법 거기에 이제 위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저희가 이거를 이첩 처리를 하겠습니다. (네, 그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금감원 소관 법률에 따라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고, 공정거래위원에서 들여다 볼 만한 문제라는 말씀이네요. 저처럼 잘 모르는 민원인이야 일단 금감원에 문의하게 된 것인데,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도 바쁘고 잊고 지냈는데, 2주 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피드백
☎ 안녕하세요.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아마 금감원에 유전자 검사 이벤트 관련해서 민원을 내신 것 같아요. 근데 금감원에서 자기가 아니라고 우리한테 넘겼어요. 그래서 저희가 확인했더니 5백 명씩 한 거 맞아요. (네? 5백 명이요?) 5백 명씩, 하루에 5백 명씩 하고 있는 거 맞아요. (그래요?) 네
☎ 지금까지 이벤트 진행한 리스트 받았고, 샘플링으로 날짜를 정해서 500명 의뢰한 사실도 확인됐어요. (네 알겠습니다.) 꼼꼼히 체크했고요. 자료를 쭉 받아봤고,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업체에서 저희한테 준 이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서, 샘플링으로 해서 그쪽에서 유전자 검사 기관에 의뢰해가지고, 유전자 검사 쪽 그쪽에 리스트에서 휴대폰 번호하고 이름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그런 내용이면 결과 우편 안 주셔도 돼요. 전화 주셨으면 된 거죠. 바쁘실 텐데.)
☎ 그런데 한 2초면 끝난대요, 이게. (헉, 2초요? 네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시고요.)
무료 유전자 검사 이벤트를 하루 5백 명이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왜 저만;; 5백 등에도 못 드는 것일까요. 아무리 2초 안에 끝나도 그렇지, 시간 되면 클릭 클릭 하는 것이야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요;; 손이 느려서 지금까지 안 된 모양인데 괜히 업체만 뇌피셜로 의심한 셈이 되었네요. 좀 더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똥손만 입증되었습니다. 탈모나 건강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성공 후기 올릴 수 있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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