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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고급정보

목선풍기 전자파, 과학적으로 한방에 정리

by guideman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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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거는 이른바 ‘목선풍기’ 혹은 ‘손선풍기’라고도 하죠. 요즘 무더위에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그 미니 선풍기에서 건강에 유해한 수준의 전자파가 나온다고 해서 논란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라는 시민단체에서는 문제라고 하고,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해당 제품들을 직접 검사한 뒤에 안전기준에 부합하며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습니다. 유해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또 목선풍기(손선풍기)를 안심하고 계속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선풍기


논란의 핵심은 '기준 수치'의 차이

이 사안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준 수치'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실 이와 비슷한 문제제기를 이미 오래 전에 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의 일입니다. 당시 고압 송전탑 설치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에 유해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당시 서울 시내 땅속에 매립된 송전선로 근처에서 전자파를 측정했고 “어린이에게 백혈병의 발병률을 높이는 4mG(밀리가우스)가 측정된 곳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 수치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4밀리가우스입니다.

 


지금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목선풍기, 손선풍기의 전자파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근거로 드는 것이 바로 이 4밀리가우스입니다. 4mG의 전자파 정도면 전자파의 세기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이런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어린이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사안을 접한 어른들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목에 걸고 다니는, 혹은 손에 들고 다니는 선풍기에서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목선풍기 전자파가 기준치의 47배?

실제 여러 미디어에서는 ‘발암물질’이라는 묵직한 문구를 사용해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목 선풍기의 평균 전자파가 “기준치의 약 47배”, 손 선풍기의 전자파는 “기준치의 116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기사를 보면 더욱 더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47배, 116배라는 계산을 할 때 쓰인 기준치가 바로 앞서 설명을 드린 4밀리가우스라는 점은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기준치에 대한 입장 차이가 시민단체와 정부의 이견을 이해하는데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의 '인체보호기준'은?

정부는 전자파 기준치를 ‘인체보호기준’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2000년 12월에 처음 발표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혼자 연구해서 지정한 것이 아니고요,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라는 어려운 이름의 국제기구에서 1998년에 내놓은 기준을 따른 것입니다. 60헤르츠의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인체보호기준이 그때 지정됐으며 833mG(밀리가우스)입니다.

 

시민단체는 4mG를 기준치라고 하는 반면, 정부는 833mG가 인체보호기준이라고 하니 대단히 큰 차이죠? 이 차이만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입니다. 손 선풍기의 전자파가 ‘기준치의 116배’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4 × 116 = 464mG가 되지요. 464mG라고 하더라도 인체보호기준 833보다 낮으니 정부에서는 “문제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4mG 전자파로 정말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질까?

시민단체는 4mG의 전자파로도 어린이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역학 조사 결과가 있으니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근거가 되는 역학 조사 결과는 1979년에 수행된 것입니다. 그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실시된 역학 조사 결과 극저주파 자기장과 어린이 백혈병의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4mG의 전자파가 '원인'이고,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 '결과'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해당 역학 조사 이후 같은 실험을 했을 때 일관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추가 실험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4mG 이상의 전자파가 발생하는 곳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연구를 위해 실험 대상자에게 지속적으로 4mG의 전자파를 노출시키는 것도 쉽지 않으며, 사람이 아닌 동물을 상대로 연구한다고 해도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 과연 전자파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명확하게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4mG 전자파의 인체에 대한 영향, 유해성 여부는 현 시점에서 “모른다”가 진실입니다. 1979년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학자들이 연구했지만 그때마다 결론이 일관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는 4mG의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경우 인체 유해성을 모르니 추가 연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시민단체로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주장이지만, 사실 정부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전자파는 2급 발암물질

목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기준치의 수십 배라는 보도에서는 ‘2급 발암물질’이라는 표현이 함께 나옵니다. 정확하게는 2B군 발암물질입니다. 이 발암물질에 대한 사실도 간단히 설명 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에 국제암연구기관이 있는데 그 기관이 1971년부터 2008년까지 총 953개의 물질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발암물질을 5개 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자파가 2B군 발암물질이라고 나오는 것은 그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 2B군 발암물질은 무슨 뜻일까요? "역학적 및 동물실험 결과로 봤을 때 그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입니다. 총 248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자파입니다. 2B군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대단히 무섭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정의는 암을 유발하는지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오이피클, 커피, 휘발유 엔진 배기가스, 젓갈, 고사리 등이 2B군에 속합니다. 그러니 손선풍기, 목선풍기 전자파 관련 정보에서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 없이 단순하게 ‘발암물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선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선풍기를 목에 걸고 시원하게 바람을 쐴 경우 우리 아이에게 마치 백혈병이 생길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피자 먹으면서 오이피클 집어 먹는다고, 밥 먹을 때 고사리 반찬을 먹는다고 부모가 백혈병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목 선풍기와 손 선풍기, 계속 써도 될까?

이번에 목선풍기,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문제 제기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과거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조사한 데이터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2014년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에서 쟀을 때는 전자파의 세기가 71.3mG가 나왔으며, 강북의 한 유치원 옆벽에서는 150.6mG가 측정됐다고 합니다. 지금 4mG의 기준치를 언급하고 있는 그 단체가 측정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목선풍기, 손선풍기보다 사실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근무하는 경찰과 국회 앞에서 집회하는 분들, 그리고 150밀리가우스가 넘게 측정된 강북의 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2014년 측정 결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4년에 측정한 결과

2014년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도로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치입니다. 40밀리가우스가 넘게 측정된 곳도 있네요. 그럼 저 도로는 지금 시민단체의 표현대로 하면 ‘기준치의 10배’가 측정돼 어린이의 백혈병 발병률을 높일 수 있는 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구간의 전자파 측정 결과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손선풍기나 목선풍기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편하게 걱정 없이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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