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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고급정보

층간소음 실내화, 비싼 제품이 과연 더 조용할까?

by guideman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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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부터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됐네요. 이제 아파트 지을 때, 층간소음 나지 않도록 바닥도 설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당장 이사를 갈 수도 없으니 문제죠. 이런 와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모니터에 뜨는 층간소음 방지 실내화였습니다. 최근 나온 신제품인가 봅니다. 

실내화
층간소음 실내화 속에 들어 있는 노란색 신소재 '엘라스탄'

지금 저도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하고 있는데요. 저도 거실 전체에 두께 4cm 매트를 전부 깔아놓고 살고 있어서, 거실이 누더기처럼 보이거든요. 층간소음 실내화가 정말 효과가 제대로라면, 저도 이 실내화 신고, 아이한테도 신기고, 매트는 전부 걷어내고 깔끔하게 살아볼 수 있을까 희망도 드네요. 오늘은 이 실내화가 과연 층간소음을 줄여줄 수 있을지, 디테일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3만 원 넘는 실내화, 왜 비싼 거지?  

위 사진은 층간소음을 확 줄여준다고 판매되고 있는 실내화입니다. 근데, 비싸요! 이거 지금 한 켤레에 3만 원이 넘습니다. 온라인 판매 가격을 보면 일단 구입을 미루고 ‘움찔’하게 됩니다. ‘층간소음 실내화’라고 검색 해보면 다른 제품들은 보통 1만 원 이하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거든요. 이 제품만 유독 비싼 것이 이유는 있는지, 어떤 소재를 쓰기에 이렇게 비싼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특히 비싼 만큼 그래도 층간소음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들게 했습니다. 
일단 업체 홍보 내용을 보니까 ‘엘라스탄’이라는 신소재를 썼다고 하네요. 위 사진에서 노란색 부분입니다. (엘라스탄이 겉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사진입니다.) 이게 바로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소재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노란색의 평범한 고무처럼 생겼는데, 이 소재 자체가 비싸서 실내화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외모처럼 기능이 평범하지는 않은가 봅니다. 이게 무려 “글로벌 반도체 회사에서 초정밀 공정을 관리하기 위해서 소음 방지 소재로 사용하는 신소재이다”라고 업체는 홍보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데도 차원이 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엘라스탄, 대체 어디에 쓰는 소재인가? 

업체 홍보만 믿고 그냥 주문하기가 좀 그래서, 자료를 더 찾아봤습니다. 실내화 상세 설명에는 ‘비스코 엘라스탄’을 썼다고 되어 있네요. 국내의 한 중소기업에서도 이 비스코 엘라스탄이라는 소재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고요. 모두 노란색이던데, 아마 이 엘라스탄이라는 신소재 자체의 고유 색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의 다른 기업에서도 ‘비스코 엘라스탄’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여러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는데요. 산업용, 자전거용, 오토바이용, 스포츠용 보호 장비를 만들어 판매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비스코 엘라스탄이라는 소재가 충격 흡수에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럼 실내화에 이 소재를 적용해서 층간소음이 줄어드느냐, 이게 중요하겠지요.

엘라스탄 충격 흡수 결과
비스코 엘라스탄 소재의 충격 흡수 테스트 결과

실내화 판매업체처럼 해당 기업에서는 비스코 엘라스탄 소재의 충격 흡수 테스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 위 그래픽입니다. 확인해 보니, 충격 흡수 테스트는 SATRA라고 하는 업체에서 진행했네요. 1919년 영국에서 설립된 연구 및 테스트 조직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노란색의 비스코 엘라스탄이 충격 흡수 효과가 있다, 라고 인증을 해준 것입니다. 

 

알고 보니, 오토바이 보호장갑 소재로 만든 실내화

위 테스트 결과는 노란색의 VISCO ELASTAN(비스코 엘라스탄)이라는 소재가 당연히 충격 흡수 효과가 있다는 이런 뜻입니다. 테스트의 기준은 ‘EN 13594: 2015’ 라고 되어 있네요.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EN 13594 문서의 기준에 따라서 엘라스탄을 테스트를 했고, 그 기준에 부합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EN 13594는 또 무슨 기준일까요? 

충격 흡수 테스트 기준
'EN 13594: 2015'는 실내화가 아닌 오토바이 라이더의 보호장갑을 위한 충격 흡수 기준 (SATRA 공식 홈페이지 화면)

조사해 보니, 바로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의 ‘보호 장갑’을 만드는 기준이더라고요. 오토바이 탈 때 라이더가 갑자기 사고가 나서 손과 손목 등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장갑을 만들지요. 그 장갑을 만드는 소재로서의 기능에 적합하다,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오토바이 보호장갑 기준으로 적합한 소재를 실내화에 적용한 뒤에, 이 실내화가 차원이 다른 충격흡수를 해준다, 탁월한 소음 감소 효과가 있다, 하면서 판매 중인 것입니다.

 

비싸다고 층간소음을 많이 줄여주는 실내화일까?

저는 여기까지 알아보고, 사실 이 실내화를 굳이 구입해야 할까? 약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오토바이 보호장갑에 적합한 소재와 층간소음 충격 완화에 적합한 소재는 다르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오토바이 사고가 날 때는 라이더가 바닥에 순간적으로 아주 강하게 부딪힐 때 그 충격을 최대한 흡수해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엘라스탄이라는 소재는 평소 부드럽다가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받을 때 분자들이 순간적으로 뭉치면서 충격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보호장갑에 적합한 것이고요.

실내화
이 사진은 층간소음 실내화와 관련이 없음

그런데, 이런 특성의 소재가 층간소음 실내화에도 적합할까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업체 설명을 보더라도 이 실내화를 신었을 때 층간소음이 얼마나 완화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업체 측은 오히려 이 실내화를 신고 “방이나 거실에서 걸어 다닐 때 일반 슬리퍼와 비슷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방이나 거실의 높은 곳에서 온 힘을 다해 바닥으로 점프를 하거나, 바닥을 일부러 강하게 쿵쿵 거릴 때는 (마치 오토바이 라이더의 사고 환경과 비슷하게) 엘라스탄이 층간소음을 완화해줄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 평소처럼 걸어 다닐 때 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은 오토바이 사고 충격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결국, 이 실내화도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데 효과는 있겠지만, 굳이 이렇게 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아랫집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걷는 것이 층간소음 완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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